잘가 나인웨스트

2012. 4. 2. 23:49

 

주워모으는 (사모으는) 속도에 비해, 버리는 재주는 없는 편이다.

신발장 열어놓고 한참 서서 하나둘셋넷... 세던 엄마가 아연실색하며 야야 신발이 오십켤레다!

세상에 돈벌어서 신발사는데 다썼는갑다 하길래

거짓말하지마 한짝씩 센거 아니냐며 냅다 받아쳤지만,,, 왠지 다시 세어보고 반박할 자신은 들지 않았다.

설마 오십켤레씩이나 되겠어?? 라고 여전히 생각하지만...  역시 직접 세어볼 생각은 안든다.

 

하지만 그런 신발들 속에는 이런 아이도 있다.

학생 때 샀으니까 오륙년은 넘게 신은 나인웨스트 오픈토

 

어느정도 아껴신는 시기가 지나면서, 이녀석은 비맞아도 원상복구 되더라며 비오는날에도 신고

구두치곤 발이 편하지 하며 쇼핑갈때도 신고

칼발을 그나마 숨겨주는 오픈토는 찾기쉽지 않지 하며 봄여름가을 열심히 신어서

이제 구두굽 갈아달라고 구두방에 맡기거나 어딘가에 벗어놓기에는 미안한 몰골이 되었다.

안창과 바닥을 갈아서 신어볼까 생각했지만 그러느니 새로 사는게 나을것 같아

이만 보내야지 하면서 봉지에 담아놓고,, 차마 헤어지기 아쉬워 며칠째 현관에 그냥 있다.

 

안녕 나인웨스트 잘가 그동안 고마웠단다 너처럼 만만한 오픈토를 만나기는 쉽지 않을거야

너 사고나서, 홍콩 여행갔다가 나인웨스트가 이렇게 싼줄 몰랐다며 배신감 느꼈던거 사과한다.

안녕 안녕.. 하지만 눈물까지 흘린다면 내가 악어겠지. 

 

신상구두 사진 올리는 여자들은 많지만,

닳은 구두 장사지내며 글쪼가리를 헌정하는 주인은 아마 별로 없을테니 위안으로 삼아주렴

다음생에는 지미추나 마놀로블라닉으로 태어나길빌께 그럼 아마 나랑은 못만나겠지만. (ㄱ-)

바이바이~

 

난 그럼 주말에 새구두를 사서 오십켤레를 다시 맞춰야하나??

아 엄마 그리고 나도 잊고있었는데 겨울부츠 집어넣다가 깨달았어

신발이 신발장에만 있는게 아녀 여름샌들 박스들이 벽장에 있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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